며칠 전 뉴스를 보다가 소름이 끼쳤다. 남대서양 한가운데서 크루즈선 승객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는 소식. 처음엔 식중독이려니 했는데, 사망자가 셋이나 나왔다. 원인은 한타바이러스. 그것도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안데스 바이러스 변종이었다.
"또 코로나냐" 하는 반응이 당연히 나왔겠지만, WHO는 곧바로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맞다, 코로나 같은 팬데믹은 아니다. 근데 이 병이 가진 이야기 자체가 묘하다. 이름부터가 한국 땅에서 왔으니까.

한탄강에서 시작된 이름
한타바이러스의 '한타'는 한탄강에서 따왔다. 1978년, 한국 연구자들이 한탄강 유역의 등줄쥐에서 이 바이러스를 처음 분리해냈다. 그 전인 1950년대 한국전쟁 때부터 이 병은 이미 사람을 죽이고 있었다. 당시 미군 수천 명이 원인불명 출혈열로 사망했는데, 수십 년이 지나서야 그 원인이 설치류가 옮기는 한타바이러스라는 게 밝혀졌다.
아이러니하다. 세계적인 바이러스 이름에 한국 강 이름이 붙어 있다는 건. 영광은 아닌데, 무시할 수도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어떻게 걸리는 건데
기본적으로 쥐가 매개체다. 감염된 쥐의 오줌이나 똥이 마르면서 먼지가 되고, 그걸 호흡하면 감염된다. 밀폐된 공간에서 특히 위험하다. 오래된 창고, 안 열어본 다락방, 시골 헛간 — 이런 곳에서 먼지를 들이마시는 순간 이미 늦을 수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 크루즈선이라는 환경이다. 선실은 좁고 밀폐되어 있고, 공조시스템이 공기를 계속 순환시킨다. 여기에 안데스 바이러스라는 특수한 변종이 들어왔다. 이 친구가 다른 한타바이러스와 다른 점이 하나 있는데, 유일하게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하다는 거다. 타액이나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옮겨갈 수 있다. 물론 밀접 접촉이 필요해서 쉽게 퍼지진 않지만, 좁은 선실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걸리면 어떻게 되나
잠복기가 길다. 2주에서 최대 6주까지. 초기엔 독감이랑 구분이 안 된다. 열나고, 머리 아프고, 몸이 쑤시고, 설사까지. "감기 걸렸나 보다" 하고 넘기기 딱 좋은 증상들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며칠 안에 급격히 악화된다. 폐에 물이 차고, 숨을 쉴 수 없게 되고, 혈압이 떨어진다. 신장형의 경우 소변이 안 나오고 출혈이 시작된다. 중증 호흡곤란증후군, 즉 ARDS로 진행되면 사망률이 38%에 달한다. 신장형인 경우 치료를 못 받으면 최대 50%까지 올라간다.

이번 크루즈선 사망자 세 명도 처음엔 가벼운 위장 증상으로 시작했다가 며칠 만에 호흡 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빠르게 진행되는 병이라는 게 이 병의 무서운 점이다.
치료제가 없다
솔직히 말하면, 한타바이러스에 먹히는 약은 없다. 항바이러스제 연구는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임상에서 확증된 건 없다. 의사들이 할 수 있는 건 환자의 몸이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것뿐이다. 수액을 맞히고, 산소를 공급하고, 혈압을 유지한다.
그래도 희망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ECMO라는 장치가 있다. 체외막산소공급. 폐가 제 기능을 못 할 때 기계가 대신 혈액에 산소를 불어넣어주는 장치인데, 중증 환자에게 이걸 쓰면 생존률이 약 80%까지 올라간다. 빨리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다. 결국 "병원에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생사를 가른다.
한국에서는 얼마나 가까운 병인가
꽤 가깝다. 한국은 한타바이러스 이름의 발원지이자, 여전히 풍토병이 있는 나라다. 연간 300~600명이 감염된다. 대부분 농촌 지역에서 쥐 접촉을 통해 걸리는 신증후군출혈열 형태다.
다행히 백신이 있다. 3회 접종으로 완성되는 유행성출혈열백신. 군인이나 농업 종사자 등 고위험군은 국가 예방접종 사업으로 맞을 수 있다. 야외 활동이 많은 사람이라면 고려해볼 만하다.
다만 이번에 문제 된 안데스 바이러스 변종에는 이 백신이 효과가 없다는 점은 알아두자. 사람 간 전파가 되는 변종에 대한 대응은 별개의 문제다.
예방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뭐 대단한 걸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첫째, 쥐를 멀리하자. 집 주변에 쓰레기를 쌓아두지 않고, 음식물을 노출된 채 두지 않고, 쥐가 들어올 만한 틈새를 막는 것만으로도 크게 줄어든다.
둘째, 환기. 밀폐된 공간은 위험하다. 특히 오래 안 연 창고나 다락방에 들어갈 땐 먼저 창문을 열고 환기부터 하자.
[이미지: 환기 또는 마스크 착용 예방 모습]
셋째, 쥐 배설물 청소할 때 조심하자. 마른 상태로 쓸지 말고, 표백제를 뿌려서 젖은 상태로 닦아내야 한다. 마스크와 장갑은 필수다. 빗자루로 쓸면 먼지가 날아서 오히려 위험하다.
넷째, 백신. 한국에 사는 고위험군이라면 3회 접종을 완료해두자. 자격이 되는 경우 국가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코로나 2.0은 아니다
크루즈선 사건 이후 온라인에서 또 팬데믹이 오는 거 아니냐는 불안이 퍼졌다. WHO가 공식적으로 "이건 코로나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이유는 간단하다. 코로나는 인간에게 면역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급격히 퍼졌다. 반면 한타바이러스는 수십 년간 연구되어 왔고, 대부분의 종은 사람 간 전파가 안 된다. 안데스 바이러스만 예외고, 그마저도 밀접 접촉이 필요하다. 공기로 훅훅 퍼지는 수준이 아니다.
전 세계적 위험도는 낮다. 하지만 개인에게 걸리면 치명적일 수 있다. — WHO
공포에 휩쓸릴 필요는 없다. 다만, 쥐를 조심하고, 환기하고, 이상하면 빨리 병원에 가는 정도의 경각심은 가져야 한다. 설마 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법이니까.
한국 땅에서 이름을 얻은 바이러스가 70년 넘게 사람을 위협하고 있다. 크루즈선 사건은 그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 계기일 뿐이다. 알아두면 손해볼 건 없다.